인터넷 채팅, 통신어・외계어 범람

이용호 입력 2003. 3. 25. 12:32 수정 2003. 3. 25.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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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세대"의 등장과 통신의 신문화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은 한국의 문화코드를 새롭게 드러내는 장이었다.

붉은색 복장을 하고 "대한민국" 구호를 외치는 이른 바 W(World-cup)세대의 등장은 국민적 에너지와 국가문화 발전의 동기를 새롭게 부각시키고 범국민적으로 이를 체험하였다.

세대론으로 본다면 X세대는 1960년에서 1970년대 초반 출생한 무리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이후세대인 N(Net)세대는 PC나 휴대폰과 같은 네트웍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 N세대 영역중의 M(Mobile)세대와 I(Internet)세대의 등장이 부각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I세대는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1994년 이후 태어난 세대를 가리키는데 인지능력이 생길 때부터 인터넷에 친숙한 이들은 PDA, 휴대폰, MP-player, USB-Drive 등의 각종 저장장치에 막대한 양의 정보를 담아 가지고 다니며, 이들에게 사이버 공간은 현실세계에 못지 않은 중요한 삶의 터전이 되고 있다.

하지만 N세대와 M세대, 그리고 I세대들이 W세대와 같이 공동체적 가치와 실현을 목적에 두고 "자발성"과 "적극성", "남에 대한 배려"같은 문화의식에 적절히 융화되고 그러한 공동체적 징후를 띠는 행위를 수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커뮤니케이션 속 새로운 문화경계 지하철 좌석위 광고판에서 보게 되는 초등학생의 작문시험은 단편적으로 일상의 경험들을 쉽게 적은 것이지만, 문장들을 자세히 살펴보게 되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언어와는 상당히 거리감이 있다.

의미상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데에는 문제는 없지만 초등학생의 장난기 어린 고유표기로 보기에는 그 조어 형태와 단어활용의 적정함이 도를 뛰어넘고 있다. 이들, 즉 N세대와 I세대들은 그들만의 언어를 공유하기 위해 스마일리나 이모티콘(정서도상)과 같이 신체적 조건을 언어화하는 관행을 적극적으로 마련한다.

한국에는 이미 지난 90년대 초반 인터넷의 한 부류라고 할 수 있는 텔넷(Telnet)이 상용화되어 인터넷 채팅이 활성화되고, 90년대 후반에는 익스플로어라는 웹브라우져가 탄생함으로써 JAVA를 통한 기술적 IRC(Internet Relay Chat) 서비스가 도입되어 다양한 채팅프로그램이 활용되고 있다.

초기의 하늘사랑(http://www.skylove.com/)에서 최근의 프리첼(http://www.freechal.com/)까지 인터넷 채팅을 활용한 서비스업체들은 상당한 기술적 발전을 이루었고, 그 발전과정에서 다양한 부가서비스(예를 들어 아바타)들을 통해 커뮤니티상의 가상 공동체를 형성하기까지 이르렀다.

통상 IRC는 다수의 이용자들이 동시에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상호작용 시스템의 일종이다. 이 IRC의 참여과정에서 각각의 사람들은 이름(ID), 성별, 자기기술 등으로 자신을 표현하게 되며, 사용자들은 익명성이 보장되고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으로서의 교호(交互)맥락 단서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IRC는 자신의 정체성을 감추거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이것은 성, 연령, 인종 등에 대한 전통적 관습으로부터 도피, 새로운 사용자로 재탄생하게 되는 "정체성 게임"으로서 문화적 경계의 유동성을 보여주는 일종의 파괴, 혹은 "해체의 과정"(Course of Destruction)이라 할 수 있다.

그들만의 언어, 외계어 범람 1990년대 텔넷에서의 채팅에서도 "어솨여"(어서 와요), "방가여"(반가워요) 등의 축약형 용어는 사용이 매우 빈번했고, 혹자는 통신비 절감과 빠른 의사전달 시도한 사용자들의 의도가 일정부분 개입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N세대와 I세대들에 의한 의사소통 용어는 축약적 표현을 넘어 단어의 급격한 형해화(形骸化)를 통해 자신들의 통신능력과 문화적 구별짓기를 시도한다. 외국어와 특수문자를 조합하여 새롭게 구현된 언어는 의도적 오기, 원음지상주의, 단어에 개별감정을 이입하는 유형으로 나뉘어 어문규범을 무시하고 통신어와 비속어, 그리고 식별이 곤란한 외계어까지 혼재 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 채팅이나 게시판 등 사이버 공간에 유행하고 있는 언어파괴적 표기현상은 축약형으로 사용하는 통신체는 물론이고 일어, 영어, 러시아어, 한자 등 세계각국의 언어에다 숫자, 도형 등을 조합해서 알아보기마저 힘들다.

예를 들면, 오Iㄱ=IIㅇㄱ듀 ㅎ1ㄱF 맹글ㅇㄱ낸 (외계어두 우리가 만들어낸) 울ㅎ1끨희능 (우리끼리는) 한귤희홤ⅲ (한글이야!!!) 울희능, 너누-IIㅎr그 놀긔 ㅅ1러ⅲ (우리는 너네하고 놀기 싫어!!) 오1ㄱ=IIㅇㄱ 날음뒈르 (외계어두 나름대로) ㄱЙ셩Ø1있쿑흥,ⅲ (개성이 있다구!!!)@IMG1@ 그들에게 있어 "그랬어요"는 "그랬어용", "그랬어염", "그랬어욤", "그랬어욧", "그랬어욥", "그랬어영" 등으로 끝에 받침을 붙여서 말함으로써 스스로 조어적 귀여움을 시도하며, 인사말로 "방가"("반갑습니다"의 줄임말), "빵가루"(방가의 변형), "방굴"(변형의 재시도)로 변형한다.

"하이(hi)", "할룽"(하이의 변형), "할랑", "할라당" 등도 그들에게는 인사말이다. 인사와 같은 통상 용어에서 나아가 그들은 감정에 따른 여러 정서도상들, 즉 이모티콘(emotion+icon)을 활용하여 의사를 전달하기도 한다.

-_-, ㅡㅡ, ㅡ.ㅡ, ㅡ_ㅡ, ㅡ,.ㅡ (어이없음과 무표정), ㅜ.ㅜ, ㅠ.ㅠ, ㅠ_ㅠ, ㅠ_- (우울함), ^^, ^-^, ^_^, "-^ (즐거움), (-_-)/)(작별)과 같은 것들이다.

"ㄱㄱ"은 "go go"의 변형으로 온라인 게임 때 게임의 개시 내지는 시작의 권유를 의미, "축하"의 전달은 축하축하→추카추카→ㅊㅋㅊㅋ로 변형한다. 수락과 동의의 "오케이"는 ㅇㅋㅇㅋ로 통하며 오케이오케이→오케오케→오키오키로 와전된다.

사이버 문화, 갈등증폭에 따른 대책 시급 통신용어의 왜곡과 기형은 세대간 갈등의 원인을 부추키기도 한다. 각각의 세대간 정서를 표현하는 문장은 맥락뿐만 아니라 단어, 나아가서 용어의 기형화를 시도하는 가운데 적절한 커뮤니티의 저해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세대별 문화적 구별짓기의 특성이 뚜렷한 가운데 인터넷상의 참여자들은 표준어와 외계어간의 구별의 어려움을 느끼게 되고, 특히 젊은 세대들이 인사와 교류를 위한 관습적인 비언어적 접속 제스처를 텍스트 형태로 교환하게 될 경우 그 혼란은 더욱 가중되는 것이다.

사교적 커뮤니케이션의 신호는 더욱더 몰가치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발전하는 경향이 짙지만, 일부 건전한 "참여"세력들은 이를 타자 지향적으로 바꾸어 나가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부드럽고 연대를 강조하는 언어사용과 우리글의 바른 활용을 위해 통신어, 외계어 극복을 위한 안티(Anti)운동 전개에 노력하고 있으며, 이 역시 젊은 세대들에 의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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