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선정 '99북한 10대뉴스

1999. 12. 1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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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심규석기자 = 올해에도 북한에서는 다사다난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내외의 이목을 끌었던 크고 작은 일들이 적지 않았다.

북한은 일방적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효화를 선언하는 등 경색국면으로 몰아간 반면 체육.문화 등 민간부문에서는 비교적 활발한 교류 협력을 유지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미국.일본과도 핵.미사일 문제로 격앙된 분위기를 이어가는가 싶더니 이제는 관계 정상화를 논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몇년간 계속돼 온 식량부족 현상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이면서 올 농사작황이 최근 5년 사이에 가장 나은 것으로 밝히기도 했으며 국제 스포츠무대에도 본격적으로 나서 세계 규모의 여자 마라톤대회에서 남북한을 통틀어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획득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다음은 연합뉴스가 선정한 올해 북한 10대 뉴스다.

◆서해 북방한계선 무효화 선언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9월 2일 특별보도를 통해 서해 북방한계선을 무효화하고 일방적으로 새로운 해상경계선을 설정해 발표했다.

이는 지난 6월 15일 서해상에서 북방한계선(NLL) 문제로 남북간 교전이 발생한 이후 북한이 취한 일방적 조치였다. 북한은 교전사태 발생 후 서해 해상경계선 재확정 등 5개안 제안(7.2)→북.미 실무급 접촉 요구(7.21)→북.미 실무접촉 8월 하순 개최 요구(8.17)→결정적 조치 위협(9.1)→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특별보도(9.2) 등의 수순을 밟았다. 북한당국은 서해 해상경계선 설정 문제에 대해 북.미 장성급 회담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이 제시한 새로운 해상경계선은 △정전협정에 따라 그어진 선인 황해도와 경기도의 도 경계선 (가)-(나)선의 (가)점과 강령반도 끝단인 등산곶, 미군 관할하의 굴업도 사이의 등거리점(북위 37도18분30초, 동경 125도31분00초) △북한측 섬인 웅도와 미군측 관할하의 섬들인 서격렬비열도, 서엽도 사이의 등거리점(북위 37도1분12초, 동경 124도55분) △그로부터 서남쪽의 점(북위 36도50분45초, 동경 124도32분30초)을 지나 북한과 중국과의 해상경계선까지 연결한 선이다.

◆금창리 지하시설.미사일회담 타결

북한과 미국 간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였던 금창리 지하시설의 용도가 핵시설이 아닌 `텅 빈 굴'로 판명됐으며 또 하나의 중대현안이었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서는 유예를 공식선언했다.

지난 98년 8월 핵시설 의혹이 제기된 평북 대관군 금창리 지하시설에 대해 북한과 미국은 지루한 협상 끝에 지난 3월 16일 금창리 현장조사에 합의했다. 미국 실무대표단은 5월 18일부터 24일까지 금창리를 방문해 조사 활동을 벌였으며 핵시설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어 북한은 9월 7일부터 12일까지 베를린에서 열린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미국과 대화가 결렬되지 않고 지속되는 한 미사일 시험발사를 유예하겠다고 공식 선언해 북.미 관계개선의 물꼬를 텄다.

◆페리 미국 대통령 특사 방북

윌리엄 페리 미국 대북정책조정관이 지난 5월 25일부터 나흘간 빌 클린턴 미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그의 방북은 북.미 양국이 현재 미수교국이자 적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을 방문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 특사라는 점에서 주목됐다.

페리 조정관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한 고위관리와 접촉했다. 특히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에게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에 대해 설명하고 그를 워싱턴으로 초청했다. 페리 조정관은 방북 후 보고서를 완성, 9월 중순 미국 의회에 보고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포기에 무게를 두고 북한이 이들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을 포기할 경우 관계를 정상화할 것을 미 정부에 권고했다.

◆여자마라톤 세계 제패

북한의 정성옥 선수가 지난 8월 스페인 세비야에서 진행된 제7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마라톤에서 우승했다. 우승기록은 2시간26분59초.

정성옥의 우승은 남북한을 통틀어 세계 규모의 여자마라톤 경기에서 사상 처음으로 거둔 쾌거여서 그 의미가 남달랐다. 북한도 그의 우승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 그가 평양으로 돌아오자 100만명의 주민을 동원한 가운데 환영행사를 펼쳤다. 북한은 정성옥 선수에게 육상선수로는 처음으로 `공화국 영웅', `인민체육인' 칭호를 동시에 수여하고 북한 백과사전에 그의 이름을 등재했으며 전사회적으로 `정성옥 따라배우기' 운동을 벌였다.

◆남북 체육.문화교류 활성화

남북 당국 간 공식접촉이 전혀 없다시피한 가운데 올해 체육.문화교류는 비교적 활발히 이뤄졌다.

지난 8월12∼13일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한의 민주노총과 북한의 직업총동맹간 남북노동자축구경기가 평양 양각도경기장과 김일성경기장에서 개최됐다. 9월28∼29일에는 현대 남녀농구팀이 방북해 북한의 벼락.회오리 팀과 통일농구경기를 진행했다.

또 12월 5일에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이복 동생인 록가수 로저 클린턴을 비롯해 패티 김, 최진희, 설운도, 핑클, 젝스키스 등 남한의 인기가수 30여명이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북한 만수대예술단 등과 함께 '2000년 평화 친선 음악회'(북한에서는 `미국 대중음악가수 로저 클린턴의 평양공연'으로 호칭)를 가졌다. 이어 평양에서 남북한 대중음악 가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1회 민족통일음악제를 12월 20일 개최하기로 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방중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6월 3일부터 7일까지 중국을 공식 친선 방문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지난 91년 10월 김일성 주석의 중국 방문 이후 약 8년만에 이뤄진 북한 최고위층의 중국 `공식 친선방문'으로 92년 8월 한.중 수교 이후 다소 소원해졌던 양국 관계 복원은 물론 한반도 주변정세와 연관돼 관심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방중 기간에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리펑(李鵬) 전인대 상무위원장, 주룽지(朱鎔基) 국무원 총리와 만나 공동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이어 탕자쉬앤(唐家璇) 중국 외교부장이 10월 5일부터 9일까지 북한을 방문했다.

◆북한 식량난 완화 조짐

지난 94년 이후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한 북한 식량난이 올들어 완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김영숙 농업성 부상은 11월 17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최된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총회 기조연설에서 올해 쌀 등 곡물생산량이 지난해보다 40% 늘어난 428만t이라고 밝혔다. 백남순 외무상과 이하섭 농업상도 지난 10월 방북했던 중국 인민일보와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관계자들과 각각 만나 토지정리, 감자재배 활성화 등 자구노력으로 올 곡물생산량이 지난해에 비해 상당히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몇년간 외국으로부터 더 많은 식량을 지원받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 온 북한이 대외적으로 곡물생산량이 늘었다고 밝힌 것은 그만큼 식량사정이 나아지고 있다는 조짐을 보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위성 TV방송 시작

북한의 조선중앙TV가 지난 10월10일부터 전세계를 대상으로 위성중계방송을 시작했다.

북한은 TV중계시설 노후화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7월 2일부터 태국의 타이콤-3호 위성을 이용해 조선중앙TV의 위성 시험방송을 시작했다. 방송내용은 대체적으로 오락 41%, 보도 23%, 선전선동 36%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방송시간은 매일 오후 4시30분부터 11시까지다. 방송사 등 언론사가 북한의 위성TV방송을 직접 수신.활용할 수 있게 됐으며, 일반 국민도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북한자료센터 등 특수시설 등에서 시청할 수 있게 됐다.

◆5년만에 국가예산 공표

북한당국은 4월 7∼9일 최고인민회의 제10기 2차회의를 열어 `98회계연도 예산을 결산하고 `99년 예산을 심의, 통과시켰다.

이는 5년만에 국가예산을 공표했다는 점과 지난 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급격히 악화된 경제난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99년도 예산은 94년도 예산총액 415억2천519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총 203억8천만원(93억9천만달러, 1달러=2.17원)이었다. 지난해 세입총액은 197억9천80만원, 세출총액은 200억1천591만원으로, 적자를 보였다. 북한은 99년 국방비로는 예산지출총액의 14.5%인 29억5천535만원을, 경제부문 예산은 구체적 액수는 밝히지 않았으나 지난해보다 2%가 증액된 금액을 각각 배정했다고 밝혔다. .

◆ 제2의 천리마대진군 선구자대회 개최

북한은 지난 11월 3, 4일 당.정 고위간부들과 모범 근로자 등 6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제2의 천리마대진군 선구자대회'를 개최했다. 대회에 이어 각 도(직할시)와 주요 경제부문별로 '제2의 천리마대진군 선구자회의'가 열렸으며. 각 기관.단체, 공장.기업소에서는 '우리 시대 영웅들의 모범을 따라배우자'는 구호 아래 종업원들의 궐기모임이 잇따랐다.

이는 지난 50∼60년대의 천리마운동과 천리마작업반운동을 재현한 것으로 침체의 늪에 빠진 경제를 회생시켜 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nksks@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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