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지역화합 어디까지 왔나..①
...① (전국종합=연합) 金龍日기자 = 반세기 만의 여야정권 교체 이후 동서화합 기운이 무르익고 있다.
영.호남 시민.사회단체가 지역갈등 해소를 다짐하는 악수를 나누면서 물꼬를 튼 동서화합운동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 극복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독려와 지방자치단체의 호응으로 갈수록 활기를 띠어가고 있다.
이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장기간 지역 갈등이 우리사회의 모든 분야에 엄청난 불균형을 초래,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대결이 심화되고 불안이 고조돼 결국 남북통일을 비롯한 국가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사실 세계 각국이 저마다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각축하는 상황에서도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에서는 군사정권과 기득권 세력이 조장.확장시킨 지역감정으로 영.호남이 서로 대립, 갈등과 불신의 벽을 쌓아 국력을 소모해 왔다.
그 와중에 호남지역은 인사와 지역개발 측면에서 영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지난해 국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의 정부 출범전 역대정권이 임용한 장.차관급 관료의 출신지는 영남 34.0%, 이북출신 14.9%, 충청 14.3%, 서울 12.8%, 호남 11.2%순으로 나타났다.
영남출신 임용률을 정권별로 보면 이승만(李承晩).張 勉 정권때 19.9%이던 것이 박정희(朴正熙)정권때 28.3%로 높아졌고 전두환(全斗煥)정권 41.8%, 盧泰愚정권 43.4%, 金泳三정권 42.5%로 급등했다. 중앙부처 고위급이나 군.검.경의 수뇌부, 정부투자기관 등에서도 특정지역 출신에게 혜택을 주는 사례가 잇따랐다.
국토개발에서도 서울-충청-부산을 축으로 한 동부지역 편중현상이 심화돼 왔고 지역현안사업에 대한 예산배정에서도 `호남 홀대'라는 지적이 가 계속됐으며 재벌들의 투자도 서울.경기나 영남지역에 집중돼 왔다. 호남철도
`특혜'와 `소외'가 병존하는 상황에서 국민화합과 국가발전을 운위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이같은 지역차별은 역사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편의에 따른 것이어서 더 큰 문제다.
지역갈등의 연원을 멀리 삼국시대의 분할구도에서 찾는 시각도 있으나 최근 관련학계의 연구나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역사성'은 의미를 찾기 어렵게 됐다.
다만 후삼국시대 송도(松都)(개성)에 거점을 둔 고려(후고구려)가 무진주(武珍州)(광주)를 중심으로 한 후백제에 몹시 시달린 나머지 통일 후 차령(車嶺)산맥 이남 사람을 중용하지 말라는 내용이 포함된 태조 왕건(王建)의 훈요십조(訓要十條)를 남긴데서 지역감정의 단초를 읽을 수 있을 뿐이다.
또 후백제는 우리역사에서 전라도지역이 최초로 정치의 중심부로 등장하는 계기가 됐을 뿐 나라를 세운 견훤(甄萱)이 영남의 상주(尙州)사람이었다는 점으로 미뤄 당시 후백제 와 신라가 지역적 갈등관계는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결국 오늘날 우리사회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의 하나인 동서갈등이 '망국병'으로까지 부각되고 있는 것은 정치권의 책임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동안의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해 보면 농산물 수입, 그린벨트 해제 등 경제문제나 노사문제, 고교 및 대학입시제도 등 교육문제 등에서는 지역간 의견차가 거의 없었으며 있더라도 영.호남으로 갈라지지 않고 도시와 농어촌의 지역적 특성에 따라 차이가 났을 뿐이다.
그러나 5-6共과 관련한 정치적 쟁점이 거론되면 영남지역은 현실긍정적으로, 호남지역은 부정적인 반응으로 확연히 갈라진다.
3-6共의 정통성 없는 정권이 집권유지의 수단으로 연고인사의 요직기용, 개발정책의 지역차별 등 동서분열을 획책하고 영.호남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지역감정을 정략적으로 이용한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이유로 드러난 것이다.
미국 뉴욕의 교포들이 돈을 모아 설립, 운영상태가 비교적 탄탄했던 E은행이 89년 7월 갑자기 도산해 교포사회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 있었다.
이 은행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된 것은 내부 불법대출사례가 미국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적발된 것이 외형적인 이유이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은행경영진에 포진한 영.호남출신 이사들간의 파벌싸움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은행을 나라에 비유한다면 영.호남 갈등과 동서분열이 국가의 장래에 미칠 소름끼치는 결과가 손에 잡힌다.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최고통치자인 대통령을 비롯 민.관이 이같이 엄청난 폐해를 깊이 인식, 동서화합의 근간인 영.호남 교류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영.호남 시민단체들이 연대의 악수를 나눴는가 하면 새마을 지도자, 부녀회, 교육계, 상공인, 농업인, 재향군인회 등 사회 각계가 이에 동참하고 영.호남 시.도지사의 협의회 결성에 이어 지방자치단체간 자매결연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3共 이후 30여년에 걸쳐 깊게 팬 골을 메우는 해법은 그리 간단치 않다.
지역감정 해소책으로 ▲인재등용 및 개발정책의 불균형 시정 ▲정치지도자 세대교체 ▲지역간 교류증대 ▲동서교통시설 확충 ▲정치인 득표전략 및 정치제도 개선 ▲본적지제 폐지 ▲언론의 제자리 서기 ▲표준말 사용 ▲전국적 공통문화 형성 등 온갖 처방이 나오는 것도 이 문제에 대한 접근방법이 몹시 다양하고 복잡한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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